선학동 소개

[스크랩] 선학동 사람들의 천년학 사랑

선학농장 최귀홍 2014. 9. 28. 04:26

선학동 사람들의 천년학 사랑

 

선학동에 가면 노란 세상이 펼쳐진다. 따사한 봄 햇살 아래 유채꽃이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눈이 부시게 노랗다. 선학동 사람들은 매년 이렇게 노란 세상을 만들어 놓고 천년학을 기다리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곡식 심기도 마다하고 봄이면 유채꽃, 가을이면 메밀꽃을 우리에게 선사해주고 있다.

 

봄은 꽃과 함께 오고 꽃과 함께 간다. 매화꽃, 벚꽃이 흐드러지다 흩어지고 나면 이내 남녘부터 노란 유채가 꽃물을 드린다. 예전엔 유채꽃 하면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게 요새는 곳곳이 유채꽃이다. 길가나 산자락, 마을 돌담 아래도 피어나 어느새 개나리와 함께 봄꽃의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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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그냥 천년학 세트장이나 구경할 겸 찾았다가 노란 유채밭 세상에 푹 빠졌던 기억이 되살아나 행여나 하고 다시 찾았었다. 꼭 노란 유채꽃이 환하게 열려 있을 것 같아서다. 회진포구를 따라 휘어진 산자락을 돌아서니 아니다 다를까, 거기엔 노란 유채꽃 세상이 열려 있었다. 4년이나 이렇게 유채를 심고 가꾸고 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오후 햇살을 받은 검은 관음봉 아래 황금색이 강한 색상 대비를 이루며 더욱 화려하게 다가왔다. 그 옆으로 붉은 함석지붕의 선학동 마을이 학의 품에 자리하듯 예나 다름없이 오순도순 어깨를 마주 대며 앉아 있고~~~ 유채꽃이 바닷바람에 일렁인다. 흔들리고 춤추고 물결친다. 바다가 유채꽃이고 유채꽃이 곧 바다가 된 것이다.

 

 

학의 머리인 관음봉은 바다를 향해 두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거기에 터하고 사는 산저마을 사람들(지금은 선학동이라 한다)에겐 천년학은 꿈이자 이상향일 터이다. 언젠간 날아오를 천년학의 비상을 바라보기 위해 가슴에 따뜻하고 노란 꿈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이득도 소득도 없는 유채를 매년 심고 가꾸며 노란 세상을 전하고 있는 선학동사람들이 바로 천년학이 아닐까? 달랑 주막하나 지어놓고 이야기를 펼쳤던 영화 무대치고는 조금은 초라했기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막 담 너머로 파란 바다를 바라보고 나면 허전한 마음을 안고 뒤돌아서야 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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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수한 표정에 너털 웃음을 웃는 최귀홍 이장

이렇게 해서 심었던 게 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유채꽃 세상이 열린 것이다. 선학동 최귀홍 이장은 누구보다 유채꽃 심기와 천년학 무대를 가꾸어가는데 열성적이다. 풍채 좋고 인심 좋은 이 시골사람이야말로 이 시대가 바라는 진정한 문화의 전파자가 아닐까? 예전에는 유채밭 정자에서 파전에 막걸리를 준비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하더니 이제는 아예 영화 속으로 들어가 주막에 판을 벌이고 있었다.

 

정말 멋진 생각이다. 이제 여기를 찾는 사람들은 아쉬움을 갖고 되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주막에 앉아 술잔을 들이키다 보면 동호가 되고 송화도 되어 애절한 창을 마음속으로 되살려 낼 수도 있다. 늦은 오후 주막 옆 소나무가 바닷바람을 안고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면 그 정감어린 흥취는 더욱 가슴을 뜨겁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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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이 아닌 진짜 주막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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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주막 주위에 유채꽃이 만발했고~~

 

주막과 소나무가 기막히게 어울리는 마루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 뒤돌아 앉아 노란 유채밭을 가슴에 안고 두 날개를 펄럭이는 한 마리 학을 바라본다. 회진 앞 바다를 돌아오며 노란 세상을 가슴에 안고 누구나 품고 있을 한 마리의 학을 날려 보낸다.

 

영화는 기대처럼 성공하진 못했지만 선학동 사람들은 이렇게 해가 되면 노란 유채를 심어 놓고 천년학을 되살리고 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작은 시골 마을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것이 고맙고 행복한 것이다.

 

                                                             2010. 4. 25.   Fo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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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에서 바라본 관음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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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햇살에 빛나는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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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우리는 이렇게 주민들과 ㅇ우러져 노래해며 춤을 추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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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동 유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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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회진 앞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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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동 앞 바다는 간척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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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간척지 논이지만 예전에 바다였단다. 영화처럼 재미로 바닷물을 채워 봤다.

 

정홍택 교장선생님이 보내주신 글을 카페의 다양한 메뉴 측면에서 올렸습니다. 사진 감상 바랍니다.

출처 : 동교동교육포럼
글쓴이 : 임종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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