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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흥 토요장과 매생이국

선학농장 최귀홍 2007. 9. 20. 21:22

MBC즐거운 오후2시 (FM96.5) PM03:05 - 제61회 -

2007년 2월 9일 MBC라디오 즐거운 오후2시 3부 "윤병대의 맛있는 금요일" 

장흥사람들은 굳이 정남진 장흥이라고 부른다
정동진이 있으면 정남진도 있어야 한다는데, 서울에서 남쪽을 바라고 곧게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포구. 풍요로운 바다, 산과 들이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고장, 이번 주는 장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장흥의 볼거리로는 풍요로운 바다와 웅장한 정기를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해, 바위와 초목이 어우러져 일대 장관을 이루는 곳.
사람들의 숨결과 자연의 깨끗함이 봉우리와 봉우리, 계곡과 계곡의 위용 속에 묻어 있는 천관산 일 것이다.

      

 

보성을 드나들며 수 없이 지나쳐 왔든 장흥의 천관산은 가을이면 해풍에 춤추는 억새군락을 보려고 전국에서 찾아온 산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해발 723m의, 수십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것이 마치 천자(天子)의 면류관과 같아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생겼으며, 신라 김유신(金庾信)과 사랑한 천관녀(天官女)가 숨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나즈막 하지만 만만치 않은 산이다.
주차장에서 10분 거리인 장안사 뒤 체육공원에서 우측이 산행 들머리다.
약 1시간 정도 땀 꽤나 흘리고 올라서면 종봉이다. 여기서 뒤돌아 보면 남해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말 명산다운 풍경이다.
여기서 암벽으로 둘러진 입석대까지는 약 25분 정도 소요된다
입석대를 거쳐 만장바위를 지나면 넓고 넓은 억새밭이 장관이다
환희대에서 눈 앞에 보이는 억새 능선길로 약 20여분 가면 천관산 정상인데 억새밭 끝에는 사방 6M 정도의 석단이 있다 이 곳이 천관산 정상이다.

      

요즘 장흥 앞바다 보성만에는 물이 한참 빠지고 나면 들어난 바다 바위들에 수많은 생명들이 붙어 있다.
바위에 붙은 석화를 호미로 하나씩 캘 때마다 아낙네의 바가지는 무거워지고, 흐뭇한 마음에 늘 인심 좋게 베풀어 주는 바다가 새삼 감사하다.
장흥시장은 나주 영산포 홍어시장, 함평 학다리 우시장과 더불어 전라남도의 3대 시장이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찬란하던 시장은 그 이후 퇴락한 시골장으로 변해버렸다.
이에 장흥군청과 상인들이 부흥의 기치를 내걸고 새로이 건물도 짓고 먹거리 뿐 만 아니라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다양하게 가미하여 과거의 5일장이 아닌 토요일에만 열리는 토요풍물시장으로 2005년 7월 2일 거듭난 것이다.
물론 기존의 5일장 그대로 명맥을 유지하면서 2,7일 5일장이 토요일인 경우는 5일장과 토요풍물시장을 함께 열려 그야말로 떠들썩한 시장이 되는 것이다.
장흥읍 탐진강변의 넓은 주차장, 강의 이쪽과 저쪽, 깊지 않은 강물 위에 줄 배가 덩그렇게 놓여 있다.
겨울이라 별로 사람들 손길이 닿지 않는데, 외지에서 온 몇 명이 모여 줄 배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다 "내가 줄을 더 잘 끈다"며 서로 제 자랑하다 결국 누군가 배의 줄을 당긴다.
시장으로 가는 추억의 줄 배, 막걸리 한잔 기울인 듯한 노래 한 소절이 흐른다.
탐진강에서 난데없는 낙동강이다. “낙동강 강바람에...”
토요시장은 남쪽에서부터 민속광장과 재래시장, 상설시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민속광장에서는 하루 2회 공연이 펼쳐지는데 오전 11시와 오후 2시 30분이다.
이 시각이 다 되어가면서부터 사람들이 삼삼오오 그 공연장으로 모여든다.
10여장 연탄을 넣은 대형 난로가 3개 정도 마련되어 있고 그 주변으로 내외하듯 한쪽에는 할아버지들이, 한쪽에는 할머니들이 손을 펴 불을 쪼이며 곧 시작될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햇볕 잘 들고 바람 들지 않는 곳으로는 이미 사람들이 꽤 모여 자리를 잡았다.
이 공연은 각설이, 엿장수 공연, 줄타기, 관광객 노래자랑 등 다양한 볼거리 제공하는데, 어떤 할아버지는 토요일만 되면 그냥 공연만 보러 온다고 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온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 공연장으로 모여든다.
하지만 이 공연장이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
내 눈에 비친 토요시장의 가장 큰 인기는 바로 장흥 한우고기였다.
공연도 시작되기 전부터 하루 종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공연장 바로 곁에 3곳에서 한우 600g 한 근을 1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고기를 시장 내 지정된 식당에 가서 6,000원을 주면 구워 먹을 수도 있는데 결국 2만원이면 4명 정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셈이다.
공연이 끝나면 점심시간이 된다.
사람들은 공연장(민속광장)에서 재래시장 쪽으로 대 이동을 한다.
30년 전통의 국밥집, 반찬이 10여가지도 넘는 3,000원하는 보리밥집, 메뉴도 다양한 특히 할머니동동주가 일품인 주막촌, 돈이 좀 넉넉하다면 10여가지 한방재료가 들어간 족발집,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한 끼 밥으로 데우고 있다.
난장판 같아도 잘 어우러지는 곳이 바로 장터다.
재래시장 한쪽으로 길게 토요시장의 명물인‘할머니난장’이 들어서 있다.
쪼그리고 자리 깔고 앉은 할머니와 같은 눈높이로 앉아 할머니랑 짧지만 무슨 말이라도 건네 볼 일이다. 시장의 재미는 사람과의 소통 아니겠는가! 
할머니난장 너머로 추억도 아련한 참빗을 파는 곳도 있고 시장의 또 다른 명물 뻥튀기도 있다.
재래시장을 돌아 우리가 흔히 보는 상설시장으로 들어선다. 
장흥에서 나는 수산물 코너가 오랫동안 발길을 잡는다.
25m가 넘는 장흥 수문포의 키조개, 오염된 바다에서는 안 난다는 꼬시래기, 그리고 감어(갯장어), 전라도 사투리로 똥고막이라고 부르는 새고막 그리고 고막 중에서 이거 아니면 제사상에서 올리지도 않는다는 참고막, 장흥 특산의 매생이까지, 수산물 이름도 이름이거니와 그 뒷 얘기는 재미를 더한다.

      

매생이를 젖혀두고 겨울 장흥을 말할 수 없다.
매생이는 이름만큼이나 타지 사람들에게 낯설다. 김과 비슷하지만 김이 아니며, 파래와 한통속이지만 파래도 아니다.
매생이는 삶도 짧다. 12월에서 2월까지만 모습을 드러낸다.
매생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장흥 앞바다로 가보자.
장흥읍에서 차량으로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이 대덕읍 내저리. 남도의 대표적인 매생이 생산지다.
우리 나라에서 매생이가 가장 빨리 출하되는 곳도 여기다.
내저리 앞바다에는 매생이수학을 위한 대나무발들이 장관이다.
김이나 파래보다 굵기가 가는 매생이는 갈매패목의 녹조류다.
우리 나라 남해안에서 주로 난다. 장흥을 비롯해 고흥, 완도, 강진 등에서 생산된다.
과거 매생이는 장흥 사람들에게 '적'이었다.
김 양식을 하던 시절, 김에 매생이가 붙으면 그걸로 일손을 놓아야 했다.
매생이가 덕지덕지 올라탄 김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세상사 새옹지마 아닌가. 천덕꾸러기 매생이가 이제 갯가 사람들의 주수입원으로 탈바꿈을 했다.
매생이가 타지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불과 5년 남짓이다.
웰빙식품 바람이 불면서다.
웬만한 숙취는 매생이국 한그릇에 깨끗이 사라진다는게 매생이 애호가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변비해소에도 좋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지금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주문이 들어 오고 있다.
유명세도 톡톡히 누린다.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내저리 앞바다를 찾는다.
주민들이 "요즘은 신문 방송 등의 취재요청이 많아 제대로 작업을 할 수 없다"라고 손사래를 칠 정도다.

남도에서는 매생이국을 '미운 사위국'이라고도 부른다.
아무리 뜨거워도 매생이국에서는 김이 나지 않아 멋모르고 한 입 먹었다가 입천장이 벗겨지기 일쑤다.
미운 털이 박힌 사람 골탕먹이기에 더없이 좋은 음식이다.
이 이야기에는 딸을 사랑하는 부모의 따듯한 정이 담겨 있다.
갯살림은 대부분 여성들이 담당해 왔다. 뿐만 아니라 갯벌이 성한 마을은 논보다는 밭이 많아 밭일도 여성들이 맡는 편이다.
김 발을 하는 철이면 고양이 손도 빌려야 할 정도로 장흥 어촌에는 일손이 필요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걸어만 다니면 낮에 김을 채취하고 밤에는 김을 떠서 새벽에는 김 발을 널어야 했다.
이러고 보면 도회지로 시집 보낸 딸이 사위에게 푸대접이라도 받는다면 가슴이 미어질 것이다. 아마도 '미운 사위놈 매생이국'이 그래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매생이는 옛부터 갯가 사람들이 국으로 먹어 온 식품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실 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매생이를 언급한 대목이 나온다.
과연 실물이 그랬다. 한 잭이는 마치 여인의 머리칼을 뭉쳐 놓은 듯 윤기가 나고 결이 고왔다.
맛 역시 마찬가지다. 씹지 않고도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목에 힘깨나 준다는 미식가들은 매생이를 겨울 식도락의 최고봉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덕분에 남도 사람들이 겨울 한 철 밥 삼아, 국 삼아 훌훌 마시던 '같잖았던' 매생이는 때아닌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래서 갯가 사람들은 한 겨울 바다의 모진 추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장흥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매생이를 접한다.
웬만한 식당치고 매생이국이 나오지 않는 곳이 없다. 장흥읍의 토요상설시장에서도 매생이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다.

매생이는 대개 국으로 끓여 먹는다. 우선 매생이 잭이를 물에 넣고 이리저리 저어 바닷물을 뺀 뒤 깨끗한 그릇에 담아 남은 물기를 제거한다.
그 다음 냄비의 물이 끓으면 매생이를 넣고 1~2분 정도 지난 뒤 소금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을 넣으면 된다.
취향에 따라 석화나 바지락을 넣어 먹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매생이 떡국, 매생이 칼국수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한 숟갈을 입에 넣으면 바다 냄새와 갯냄새가 입 안에 가득하다.
매생이국에서 유일하게 씹히는 굴. 매생이 향이 굴의 비릿한 맛을 삼키고 통통한 굴이 입 안에서 톡 터진다.
매생이 국은 예쁘게 먹어서는 안된다. 부드럽게 때문에 한 수저를 뜨면 주르륵 흘러내린다.
이때 얼른 머리를 숙이고 자세를 낮추어 코를 박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야 한다. 소리를 크게 낼수록 매생이는 덜 흘러 내린다.

시대에 따라 장흥시장도 참 많이 변화했다.
여기 저기에서 장흥시장의 변화를 한눈에 그리고도 남는다.
그래도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그 무엇, 사람과의 소통이 시장에는 있고 그것이 정(情) 아니겠는가!
나는 장흥시장 판에서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발견했다.
시장에는 다만 물품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대 봄이 오면 봄나물 지천일 장흥토요시장으로 한 번 가 보시오.
봄나물 같은 사람들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소.

출처 : 넌 바다에서 뭘 보았니...?
글쓴이 : 찰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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