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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여행]할미꽃이 피었습니다! -장흥 회진면 한재 할미꽃 자생지

선학농장 최귀홍 2007. 8. 13. 19:00
[여행]할미꽃이 피었습니다!
장흥 회진면 한재 할미꽃 자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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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에서 바라다보이는 회진 앞바다 풍경.

할미꽃 소식이 궁금해 며칠 전 장흥 회진의 ‘덕성식당’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 등산길에 보니 언덕배기에 새순이 삐쭉거리며 올라오고 있단다. 사나흘쯤 후에 오면 할미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덕성식당 아주머니는 《서편제》 《이어도》의 작가 이청준씨의 초등학교 동창생인 김동례씨다. 그래서인지 덕성식당은 제법 알려진 곳이다. 이번 방문길에 된장물회를 꼭 맛보고 싶었는데 아주머니가 건강상의 이유로 식당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흥 회진면 야트막한 산자락의 한재공원 할미꽃 군락지는 무려 3만여 평이나 된다. 광활한 산 능선이 모두 할미꽃으로 뒤덮여 있다. 고개를 들면 그림같은 득량만의 푸른 바다가 넘실대며 다가온다.
 
꽃이 피었을까? 얼마나 피었을까? 미리 전화를 해 확인해봤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조바심이 가시질 않는다. 한재 올라가는 길 중간쯤에서 산에 다녀오는 아주머니 두 분을 만났다. 한 분은 덕성식당의 아주머니다. 무척 반가웠다.
 
“할미꽃이 많이 피었던가요?”
 
 
 
“엄청 많이 피어 부렀어요. 한재 중턱에서부터 피어서 내려오는데 올해는 중턱과 아래 동시에 피어 부렀어요. 옛날에는 아래쪽과 꽃피는 시기가 일주일 차이가 났거든요.”
 
고갯길을 오르는데 바람이 세차다. 솔숲을 헤집고 가는 바람소리가 마치 손녀를 부르는 할머니의 애달픈 외침인 양 서글프다.
 
빨갛다 못해 검붉은 할미꽃. 미나리아재비과의 할미꽃은 여러해살이 식물로 전국의 산야에 자생한다. 3월에 한 포기에서 10여 개의 꽃대가 올라와 30cm까지 자란다. 꽃이 진 후에 생겨난 씨에는 솜털 같은 흰털이 길게 솟아나 잔바람에도 흔들린다. 할머니의 하얀 머리칼을 닮았다. 할머니의 넋이 허리 굽은 모습으로 피어났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한재공원에서 산 능선을 따라 조금 오르자 할미꽃이 보인다. 탐방로 좌우측에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고개 숙인 채 모진 찬바람에 떨고 있는 가냘픈 꽃잎이 애처롭다.
 
할미꽃을 보며 한재 정상으로 올랐다. 한적한 회진포구와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울긋불긋 채색된 덕산리 마을의 풍경이 아름답다. 신덕리로 넘어가는 한재고개와 다도해의 모습에 매료되어 뒤돌아보며 자꾸만 주변 풍광을 살피느라 발길이 더디다.
 
정상에 오를 즈음 숨이 헉헉 턱에 차오르는데도 마음은 기쁨으로 들뜬다. 한재 정상은 너르고 판판하다. 득량만에 점점이 떠있는 섬 사이로 어선이 힘찬 뱃고동소리를 울리며 지나간다.
 
수풀에서 할미꽃이 삐쭉 얼굴을 내민다. 정상에서 보는 회진의 경치는 사방이 다 아름답다.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산에서 만난 한동옥(56·회진 신덕리)씨는 자신이 어렸을 적에는 신덕리와 덕산리 일대가 다 할미꽃밭이었다고 말한다.
 
“10여 년 전부터 할미꽃이 없어져 불더라고, 인자는 장흥군과 마을 사람들이 보호하고 그란께 많이 번식했어.”
 
한재 능선 부근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할미꽃 자생지다. 고급승용차를 타고 온 서너 명이 사진을 찍으며 할미꽃 자생지를 휘젓고 다닌다.
 
“저렇게 다 밟아불고 그라면 안되는디….”
 
“좀 뭐라고 그러세요.”
 
“우리들이 뭐라고 그러면 감정적으로 대립이 돼요. 말을 안 들어요.”
 
할미꽃 자생지가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함부로 밟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씨는 말한다.
 
할미꽃은 꽃대가 올라오면서 꽃을 머금고 나온다. 바로 꽃이 핀다. 보송보송한 하얀 솜털로 뒤덮인 할미꽃이 따스한 한재 능선 중간쯤에 수도 없이 피어나고 있다. 마른 수풀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조찬현 시민기자 choch1104@naver.com
 
 
 
가는 길: 장흥읍에서 안양 방면으로 23번 국도-관산에서 77번 국도-대덕-회진항-한재공원.
 
 
※ 자료원: 광주드림/ 2007-03-09
출처 : 이효영
글쓴이 : 칸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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